■ 전시 개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널리 알려진 박하선 작가가 서울 강남에 있는 사진 전문 갤러리인 'SPACE22'에서 3월6일부터 초대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人間을 보다>라는 전시 주제에서 보듯이 평소와는 좀 다른 성격의 작품들을 선보이게 되는데, 그 동안 작가 자신이 살아오면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이미지로 정리한 것들이다. 평소 그의 작품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강력한 힘을 느끼게 된다고 말들을 해 왔는데 이번에 보여주게 되는 작품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거기다가 그가 던지는 메시지 또한 다소 충격적이다. 작가 자신의 모습까지도 등장시키는 파격적인 행보로 일단 단순 명료하면서 쇼킹 그 자체가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찌보면 우리 인간과 세상에 대한 고발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직선적이고 도전적이다. 전시장에 직접 나가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느끼게 되겠지만, 이러한 것들은 고독한 삶을 통한 오랜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그의 철학이자 사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전시 서문
人間을 보다
‘세상이 너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슬퍼하지 말라.’고 푸쉬킨이 말했다. 이 말은 결국 세상이 우리를 속이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 된다. 여기서 세상이란 또 무엇인가. 인간들이 득실대는 세상이다. 그럼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한한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작은 별인 이 ‘지구’의 주인인 양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화자찬하면서 살아가는 무리가 우리 인간이다.
그럼 우리 인간은 왜 서로를 속이면서 살아가는 걸까. 여기서 속인다는 것은 결국 다툼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속에는 희로애락이 있다지만 어찌보면 슬픔과 괴로움의 진흙탕 속에서 가뭄에 콩 나듯이 드물게 피어나는 것이 기쁨이요, 즐거움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 인생은 고달픈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우리 인간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옛 성인들의 말씀에 ‘성선설(性善說)’과 ‘성악설(性惡說)’이 있지만 나는 <사람(人)의 性은 惡이다. 그 善한 것은 僞이다.>라고 주장한 성악설에 무게를 둔다. 물론 이 세상에는 착하게 살면서 아름다운 얘기를 전하는 무리도 많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그러한 긍정적인 면 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월등하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그 본성을 살펴본다는 것이 내 몫이라 생각한다.
처음부터 ‘나는 악(惡)하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살아온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던져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본성이 드러나게 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의 법칙으로 성장하게 된다. 우리 주변을 한 번 살펴보자.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무심코 지나친다. 거리를 거닐면서, 음식을 먹으면서, 여행을 하면서.... 우리가 잠시 머물다 간 자리를 뒤돌아보거나 먹기 위해 뭔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차 섬뜩한 면이 느껴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닌데 그것이 비단 나만의 느낌일까. 또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가. 맹수가 초식동물을 잡아먹어도 죄 값을 치루지 않는 것처럼 우리 인간도 그런 면죄부를 받은 것일까. 근간의 역사를 돌이켜보자. 난징 학살이나 제주 4.3항쟁 또는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자행된 학살, 또 최근의 세월호 참사까지.... 이 모든 국가폭력에 의한 학살의 원흉과 하수인들은 또 무엇인가.
본성으로 인해 통제하기가 힘들어지자 우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법(法)이라는 것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약자를 보호하고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것 또한 답이 되지 못한다. 오늘날 법을 아는 이들이 더 무섭다고 말한다. 사회적 정의는 뒷전이고 가진 자들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많은 사람들을 울분케 한다. 또 이러한 현상은 역설적이게도 우리 사회가 민주화가 되어 가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어 당황케 만든다. 결국 과거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면서 <공산주의는 없다!>라고 말했는데, 이제 인간의 본성에 비추어 볼 때 <민주주의도 없다!>라고 해야 할 듯하다.
이 시각에도 인간세상은 시끄럽다. 국가 또는 개인 모두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안달이고, 하늘을 빙자해 우리 힘없는 인간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옛날 연암 박지원이 열하일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두려운 물길을 건너면서 차라리 두 눈을 감아버리니 무서움이 사라졌다!’라고. 그래, 세상이 이렇다면 두 눈 바짝 뜨고 살 것이 아니라 차라리 한 쪽 눈도 아니고 두 눈을 모두 가리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결국 우리 모두의 지혜가 필요할 때이지만, 인간의 본성이 버티고 있는 한 누구를 원망하며 탓하겠는가. 나 또한 어쩔 수 없는 인간이지만, 인간인 것이 결코 자랑스럽지는 않다. 그래도 우리를 싣고 있는 푸른 별 이 지구는 아는 양, 모르는 양, 오늘도 우주를 맴돌고 있다.
檀紀 4351년 봄을 기다리는 人間 세상에서 박 하 선
■ 작가 프로필
박 하 선(朴 夏 善, Park Ha-Seon)
1954년 광주에서 출생. 1980년 ‘대양’展을 시작으로 ‘실크로드’(1990), ‘티벳’(1991), ‘문명의 저편’(2000), ‘천명(天命)’ 등 17차례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가졌으며, ‘광복60년, 사진 60년-시대와 사람들’(2005), ‘2006 대구 국제사진비엔날레’ 주제전, '한국현대사진 60년’(2008)을 비롯한 국내․외 다수의 그룹전을 가졌다. 현재 자유사진가로 활동하면서 많은 매체에 기고중이며, 여행집단 ‘문명의 저편’ 단장을 맡고 있고, 세계 오지 및 분쟁지역, 그리고 한민족 상고사 영상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며 ‘대하역사다큐멘터리’ 출판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작품집으로「삶의 중간보고서」(1999),「天葬」(2002),「문명 저편의 아이들」(2005),「천불천탑」(2007),「생명의갯벌」(2009),「오래된 침묵-고인돌(Ancient Silence)」(2011),「발해의 恨」(2012), 「太王 의 증언」(2017)이 있다. 티벳의 장례의식을 담은 사진 ‘天葬’으로 ‘2001 World Press Photo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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