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Sailing
2023.03.03 ~ 2023.03.30
정윤순

■ 전시 개요


정윤순은 죽음의 경계에 이르는 교통사고의 체험과 경험이 <Self-Portrait>의 연속된 작업으로 이어져서 그가 겪은 상처와 흔적들이 기록이 아닌 그의 내면을 극복하기 위한 몸짓이나 삶을 향한 뜨거운 열망의 보고서이기도 하다.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육체의 고통과 정신의 외상을 극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하고자 퍼포먼스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카누제작에 직접 참여하였고, 본인의 Silicon Dummy 제작에도 참여하여 사진작업의 매개체로 활용하였다.

카누를 타고 도전하는 형식을 취했으며 죽음의 절망에서 삶의 희망으로 자유로운 항해를 해 나가고 싶은 인간의 정신적 승리를 나타내는 열망의 마중물이다.


■ 작가 노트


2015년 1월 첫 눈이 내렸던 고속도로에서 43중 추돌사고가 발생했고,  그 해 나는 6개월간 꼬박 병상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담당 의사는 내게 "살아 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신에게 감사하라"는 말을 했다. 

병원에서 오랜 생활의 불안함과 혼돈, 병원커튼이 드리워진 밀폐된 공간에서 심한 정신적 육체적 충격을 치료받아야만 하는 수동적인 내면의 세계에서 벗어나고픈 작업이 첫 번째 작업인 <Me, Escape>이었다면, 

두 번째 작업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내 의지에 따른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었고 거기에 따라 카누(Conoe)를 등장시켜 항해를 하려고 했다.


카누는 내게 <적극적인 도전>을 가르쳐 주었다.

카누는 전기모터식 동력조향장치가 아니라 오롯이 내 손으로 패들(Paddle)을 통해서만 노를 젓듯이 움직일 수 있고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내게 다가오는 인생의 험한 세찬 비바람을 패들링(Paddling)으로만 헤치며 세상을 이겨내면서 나아가고 싶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 카누이다. 

나는 비용을 지불하고 제작되어진 카누를 구입하지 않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내가 원하는 크기와 높이의 카누 제작에 직접 참여하였다. 사진의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몸으로 부딪쳐 체험하는 것 자체가 예술적인 작업의 일환이고 적극적인 도전을 시도하는 사진적인 의지의 표현이다.


카누는 내게 <자유로운 항해>을 꿈꾸게 하였다.

나만의 방주인 카누를 타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갈 것이다.

마음의 어두운 터널을 지날 것이고, 물이 없는 계곡을 헤쳐 나갈 것이며, 산 위에 올라 불안과 혼돈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다스릴 것이다.  

나는 오늘도 능동적인 탈출을 위한 적극적인 도전을 할 것이며, 자유로운 항해를 위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갈 것이다.


누가 나의 항해를 막을 것인가?


이번 작업은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오더라도 죽음의 절망에서 삶의 희망으로 자유로운 항해를 해 나가고 싶은 인간의 정신적 승리를 나타내는 열망의 마중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