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기획:
“사진을 신앙으로 여겼다고 말하는 최광호 작가의 ‘감광 본령’을 탐구한 미발표작품 전시”
11월 2일부터 스페이스22에서 최광호 작가의 미발표 작품 3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 작품들은 작가가 감광(感光, Photosensitization) 세계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광학, 화학, 물리작용을 조율하여 심미적인 이미지로 구현한 사진들이다. 작가에게 ‘감광세계’ 탐구란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는 깨달음의 과정이며, 스스로 감광 오브제가 되거나 타인의 몸 또는 식물을 감광현상의 주인공으로 초대하는 행위는 수행적 관계 맺기이다. 최광호 작가에겐 사람의 몸과 식물은 서로 다름이 없는 자연 생명체로서 수행 동반자인 셈이다. 마치 유일한 생명체처럼 모든 작품은 에디션 없이 단 하나로 만들어진다. <감광세계>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빛의 파장에 반응하는 할로겐화은(Ag+)과 발색제(청·녹·적)가 빛을 만나 벌이는 색채와 형체의 향연이다. 물감이나 잉크와는 다르게, 발색된 색감은 향연이라 할 만큼 차별화된 시각감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감상자는 작가가 광화(Photo-graphy, 光畵, 빛 그림)의 세계, 감광세계를 얼마나 자유롭게 탐구하고 유희하는지 알아가는 만큼, 작품 이미지의 매혹을 만끽하게 된다. 전시 작품들은 포토그램(Photogram)에서 포토케미컬 페인팅(Photochemical Painting)과 자투리 필름을 가위로 오리거나 인화물에 구멍을 뚫어 사진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무는 물리적 행위까지, 추상과 구상을 오가는 형상과 색상으로 최광호의 감광세계를 다채롭게 보여준다. 최광호의 작업실과 창고(보물섬)에서 오랜 시간으로 축적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작품들을 마주하며, 후배 작가로서 존경심을 가지게 한 창작 열정과 기획자로서 발견한 미발표 작품들이 지닌 경이로움이 감상자에게도 오롯이 전해지길 기대한다. 더불어 전시 기간, 이필 교수(홍익대 미술대학원)의 특강을 통한 견고한 미학적 해석과 작가와의 만남을 통한 작가의 생생한 창작 이야기들이 전해질 것이다.
최광호작가는 1977년 <심상일기>를 시작으로 2021년 <사진을 품다-포토그램>까지 46회 개인전과 서울시립미술관, 광주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고은사진미술관, 동강사진박물관 등에서 <한국현대사진 60년전>, <2009오디세이-현대사진대표10>, <한국현대미술제-한국미술을 이끄는 66인의 개인전>, <서울바람-한국현대사진가의 지평> 등 70여회가 넘는 국내외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뿐만 아니라 제2회 최민식사진상, 일본 도쿄 국제사진비엔날레 교세라상(1999)을 수상하며, 시대성과 예술성을 가진 그만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성실한 기록의 측면인 출판물로는 『나는 사진이다』(1996)을 비롯하여, 『허공의 시간』, 『사진으로 생활하기』, 『최광호 포토그램-선물』 등 총22권이 있다. 이러한 지난 30년간의 행적은 한국 현대사진을 대표하는 작가로 활동, 거론 그리고 평가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 글: 임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