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개요
Monologue2는 남편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이후 그에 대한 반응을 기록한 사진으로 2020년 공간 291에서 전시한 Monologue의 후속작으로 남편의 부재로 인한 고통과 상실의 정체성을 직시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은 세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하나는 남편이 소중히 여기며 모아 온 칼들을 3D프린팅 하여 담은 사진과 다른 하나는 남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어릴 적 기억 등을 신체의 일부를 사진으로 표현하여 담은 것이고 또 다른 작업은 그녀의 복잡한 심경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수용과 상실감의 극복이라는 상징 혹은 제의적인 연출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 지난번 전시 6점의 작품과 두 편의 영상과 함께 신 작품 29점을 선보인다.
“나는 괴로워하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나의 괴로움의 독자성을 존중하고 싶었다.”
-마르셀 푸르스트
상실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감정이라고 했다.
전혀 예기치 않은 남편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가족의 의미와 가정의 울타리가 와해되는 시간의 흐름속에 준비되지 않은 혼자 사는 삶을 지탱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카메라와의 동거였다. 은둔 속에서 고뇌하며 침잠하고 있는 영혼에 한 줄기 빛이 되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이자 동반자였다.
부재하는 존재로 인해 존재의 의미와 형태가 바뀐, 견디기 어려운 절단된 현실에서 온전히 홀로인 나를 설득하고 행하는 일련의 행위들은 그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며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때로는 미어지는 가슴으로 식탁 밑에 숨어 들어가거나, 얼이 빠진 채로 숲속을 헤메거나 몸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소금산을 만들어 숨 쉬기조차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가고 그 안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보이되 보이지 않고 말하지만 들리지 않는, 눈을 감았으나 어둡지 않은 그곳, 중심에 있었다.
마음은 비어있고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지는 순간 시공을 넘나들며 피안의 세계에 머문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지나간 날들의 아름다운 추억.
사라진 5월의 설레던 날들이 흐른다.
흐르는 것. 어찌하지 못하고 흐르는 것들, 붙잡을 수 없는 과거의 시간들, 변형되는 사랑과 퇴색하는 기억의 망각화에 관해 나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