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영겁의 얼굴
2024.12.12 ~ 2024.12.28
최광호
최광호는 일본 오사카 예술대학교 대학원에서 다큐멘터리사진을, 미국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했으며 개인전 100여회 이상 경력의
우리나라 대표 사진가이자 예술가이다.
최광호는 태초라는 근원적 시간과 우주라는 시원의 공간을 사유하며 생명과 삶에 대해 종횡무진 작업하고 있다. 사진에 국한되지 않고 그림, 입체, 설치, 조각,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100회 이상의 개인전을 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지금으로부터 약 47년 전인 1977년 오는 12월 12일, 그는 <심상일기>라는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간 그의 전시 키워드를 훑어보면 숨, 마음, 생명, 얼굴, 가족, 삶, 흙, 불, 공기, 허공, 순간, 몸, 죽음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그의 작품 속에 공기처럼 서로 녹아 순환하며 숨 쉬고 있다. ‘인간과 자연은 허공에 기대어 살고 있다’는 그의 생각에 귀 기울여 보면
그가 작업하는 것들에 공통으로 흐르는 어떤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삶의 현장에서 느꼈던 느낌, 감정, 생각들을 사진과 그림 속으로 끌고가 사색한다.
생명과 삶의 현장을 사진으로 확인하며 몸에 밴 성실함으로 쉬지 않고 작업한다.
허공은 사람들의 한 숨 두 숨이 섞이는 공간이지만 허공은 숨으로 다시 사람들에게 순환하며 스며든다 말한다.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은 결국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발걸음이기에 마치 숨처럼 최광호를 더욱 거룩하게 인도한다.
미토콘드리아에서 모든 인간의 변별력을 찾고 한숨에서 매 순간 새로움을 느끼며 직관력으로 아이러니하게 삶을 통찰한다.
그는 매순간이 새롭다고 말하며 스스로를 깨닫는 모든 순간은 거룩한 시간이라 말한다. 기대어 서 있는 허공은 내적 솟구침을 발휘하는 공간이기에 그를 꿈꾸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는 허공의 깊이와 땅의 기운을 느끼며 내재화된 시간을 사진과 그림에 쏟아붓는다.
그가 느끼는 모든 것들의 원동력은 보이지 않는 것들로부터 오는 것이기에 그것을 시각화시키는 작업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다.
솟구치는 봄의 땅의 기운은 그에게 에너지를 주고 여름에 몰아치는 태풍은 자신을 더 크게 만들어주며 가을의 숭고한 아름다움은 세상을 거룩하게
그리게 하고 자고 나면 하얗게 변하는 겨울의 경이로움은 그를 풍성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계절 어느 하나 허투루 시간을 쓰는 법이 없고 눈에 보이는 어느 하나도 그의 작업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
겸손은 땅을 통해 배우고 알뜰한 성실은 한 숨 두 숨의 허공에서 배우며 직관적 통찰력은 쪼개어진 시간 속에서 깨닫는다 한다.
이렇듯 성찰하며 반성하는 삶이야말로 최광호가 꿈꾸는 삶이다.
최광호는 언제나 새로운 작업을 ‘지금’ 하면서 모든 것에 숨어있는 순간의 얼굴을 직관적으로 찾아 드러내는 작업을 영겁의 시간으로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