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판
2024.07.18 ~ 2024.08.01
이승주

해적판

 

무너뜨림과 쌓아 올림의 반복은 원본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달려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제한된 환경에서 일그러진 욕망으로 탄생한 해적판과도 같이. 

 

이번 전시는 반복적으로 파괴되고 구축되는 도시의 풍경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세계에서 발생하는 (특정하지 않은) 사건과 (특수하지 않은) 현상들을 마주하는 개인의 대안적 시각과 그로 인해 생성되는 이미지를 탐구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본래의 존재성을 상실하고 사라짐을 기다리는 재개발 예정 지역들을 시간과 공간이 멈추어 버린 중간 풍경으로 바라보는 데에서 출발하였으며, 조립자의 관점에서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을 거쳐 채집과 연출, 축조와 조립 등의 형태로 제시한다.

전시의 제목 <해적판>은 실재했던 대상들이 환경과 욕망을 바탕으로 본래의 존재에서 멀어져 다른 형태와 의미로 변모하는 것을 빗대어 압축한 상징적 표현이다. 해적판은 제한된 틈 사이에서 비뚤어진 욕망을 가지고 탄생한다. 본인이 문화적 그리고 시각적으로 매력을 느껴 처음으로 손을 뻗어 가지려 했던 것들은 원본을 폭력적으로 해체하고 어설프게 재구성된 해적판들이었다. 원에 기대면서도 동시에 멀어지고자 했던 해적판들은 태생과 수용의 형태, 그리고 불량스러운 모양새를 바탕으로 강렬한 시각적 경험과 함께 기묘한 간극의 아우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아우라는 해적판의 근원과 마주했을 때 균열을 내며 사라졌다. 이때의 경험은 실재와 이미지 사이에 존재하는 나 를 인식하게 하였으며, 그 후에도 일종의 필터로서 남겨졌다. 전시에서는 이 필터와 함께 마주한 세계가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을 , <중간풍경> , 등의 시리즈를 통해 시각화 하고 공유한다. 쌓여가는 층과 층 사이의 틈새 그리고 원본이라는 실재와 해적판으로 마주했던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떠올리며, 각자의 세계가 개인의 필터를 거쳐 주체적으로 재현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세계라는 실재 그리고 현상과 마주하는 개인의 존재와 시선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과 경험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