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개요
• 전시명 : 박세리 개인전 <안녕>
• 전시기간 : 2016년 8월 26일 (금) ~ 9.13일(화)
• 전시오프닝 : 2016년 8월 26일(수) 6:00pm~
• 관람시간 : 월~토 11:00~19:00 |공휴일 휴관
• 작가와의 만남 : 9월 1일(목) 5:00~6:30pm
■ 전시 기획의도
잠자는 사람들을 촬영한 <안녕> 시리즈는 작가가 한국에서 발표하는 두번째 개인전으로 2009년부터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실제 자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비디오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박세리 작가는 그동안의 작업에서 개인의 내밀한 공간을 다뤄 왔는데, 은유적 화법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죽음을 숙명으로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의 슬픔은 작가의 일관된 주제가 된다.
<안녕> 시리즈는 잠과 죽음의 시각적 유사성에 주목해 사진이라는 객관적인 매체로 구현한 작업이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잠의 신 히프노스는 죽음의 신 타나토스와 형제지간이다. 또한 그는 어둠의 신 에레부스와 밤의 신 닉스의 아들이며 꿈의 신 모르페우스, 공포의 신 포베토르를 낳은 아버지이다. 이들은 지옥으로도 묘사되는 지하세계의 동굴에 살며 인간의 무의식, 사후세계를 표현한다고 알려져 있다. 서양 문화에서 잠과 죽음, 꿈, 공포 이 모든 것들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평생 주어진 시간의 삼분의 일을 잠에 할애하지만, 그 이유나 의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아마도 어둠의 영역에 가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잠을 자며 힘없이 축 처진 몸과 의식이 없는 마음의 상태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지만, 활동적인 인간의 모습이 아니기에 왠지 낯설다. 우리는 잠자는 모습을 보며,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 또는 죽은 뒤 어떤 이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사실 타인의 형상일 뿐 아닌, 매일 반복하는 나의 일과이다. 하루의 끝에 개인은 자기의 모든 의지를 포기하고 내 방의 한 구석으로 들어가 가로로 누워버린다. 더이상 이 세계에 대항해 싸울 수 없이 피곤해진 탓이다. 내가 태어나고 쉬고 잠드는 익숙한 이 구석에서 가스통 바슐라르는 우리가 어머니의 태반 속에 있을 때처럼 내밀한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안녕> 시리즈에서 작가가 조명하고자 하는 것은 매일 밤 가로로 누울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이다. 그리고 매일 이같이 반복되는 쉼의 행위는 결국 영원한 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에, 이 작업의 모든 과정은 살아있는 모든 생명에 대한 연민임을 부정할 수 없다.
초상사진이라는 뜻의 포트레이트(portrait)는 세로 프레임의 사진을 의미한다. 하지만 자는 사람을 찍은 이 시리즈에서는 가로 프레임이 더 자연스럽다. 어두움을 그대로 살린 채 아주 약한 조명만을 이용해 작가는 자는 사람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19세기에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했던 사후사진(postmortem photography)의 형식적 특징-조명과 카메라의 시점-을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 적극적인 활동에만 전념하며 쉼과 죽음을 돌아보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이 작품은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가만히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 작가노트
한밤중에 일어나 자고 있는 너에게 간다
이렇게 가까이에 있지만 넌 거기에 없는 것만 같아
세계를 향한 싸움을 잠시 포기한 채 수평이 된 너를
난 모든 감각을 세워 바라본다
조금 있으면 너는 다시 몸을 일으킬 테고,
시간이 지나면 또 눕게 되겠지.
그걸 얼마나 반복하게 될지, 넌 알 수도 모를 수도 있어
다만 우리가 아는건, 결국 우리 모두 수평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게 더 편안하다는 것...
2008년의 나는 생애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슬픔에 함몰되어 사진작업과 씨름하던 어떤 날, 내 잠을 처음으로 찍었다. 보고 싶었다. 어둠 속 깊은 잠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나의 모습을. 슬픔과 무력감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행동이었던 잠이 사진에 어떻게 보일지 궁금했다. 보이는 것을 찍을 수 밖에 없는 사진의 속성, 어둠, 무의식 속의 피사체, 이렇게 제한된 표현을 가지고 생각을 가다듬으며 다시 촬영을 시작한 게 정확히 3년 뒤였다. 그렇게 천천히 이 작업이 진행되었다.
가까운 사람들과 이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몇몇 친구들이 야밤의 방문객을 허락해 주었는데, 한밤중 침대에 누워있는 그 얼굴은 평소에 내가 알던 모습과는 분명 달랐다. 세상이라는 혼돈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방어벽을 해제하고, 자기의 가장 안전한 구석으로 돌아와 투항해 버린 그들은, 나약하기 그지 없던 내 모습 같았다. 근육의 긴장이 풀려 아무 표정이 없는 그 얼굴은 인종을 뛰어넘어 다른 이의 그것과 닮았다.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이었다.
<안녕> 시리즈는 잠과 죽음의 시각적 유사성을 탐색한 작업이다. 열심히 하루를 보낸 결과가 잠이고, 이는 우리가 그토록 열망하는 생의 결과가 죽음임을 드러낸다. 이는 우리가 삶에의 의지와 동시에 죽음에의 의지 또한 함께 갖고 있음을 내포하는 충격적인 진실이기도 하다. 19세기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침대 혹은 관 속의 죽은 가족을 촬영하는 사후사진(postmortem photography)이 유행했다. 이 시리즈의 클로즈업 사진들은 그 형식적 특징을 차용하였다. 더불어, 죽은 가족을 아름답게 꾸며 사진으로 간직하고자 했던 남은 이의 사랑의 마음을 담고자 했다. 그것은 결국 나 자신의 최후에 대한 애도임을 덤덤히 받아들인다.
-박세리-
■ 작가약력
박세리는 한국 출신으로, 현재 미국 서울과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다. 사진을 위주로 한 그녀의 작업은 주로 개인의 내밀한 공간을 다루는데, 이는 자신의, 혹은 사진 속 대상의 심리적, 감정적 이미지를 드러낸다. 죽음을 숙명으로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의 슬픔은 작업의 일관된 주제가 된다. 작가는 사진과 함께 비디오, 타임랩스, 설치 등의 여러 미디어를 함께 다루며 최근에는 행위예술가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박세리는 서강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컴퓨터학을 전공했고, 2010년 중앙대학교에서 사진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2015년 미국 프랫 인스티튜트 (Pratt Institute)에서 순수미술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학력
2015 프랫 인스티튜트, 순수미술 석사 (미국 뉴욕)
2010 중앙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 좋업
2003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컴퓨터학과 졸업
개인전
2016 안녕, 사진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 서울
2015 SOLD OUT, 머치모어, 브루클린, 뉴욕
2014 Legato, 프랫 인스티튜트, 브루클린, 뉴욕
It’s Fresh, 리스투스 아트스페이스, 올라푸스피요르드, 아이슬란드
2012 Annyeong, 리스투스 아트스페이스, 올라푸스피요르드, 아이슬란드
2010 Serry Park: XO Pale White, 갤러리 룩스, 서울
그룹전
2015 CollabFest, 트리스켈리언 아트센터, 브루클린, 뉴욕
여성사진 페스티벌 PRE, 사진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 서울
2014 The Space Between, 폴 콜커 컬렉션, 뉴욕
New York Art Residency and Studios 오픈 스튜디오, 브루클린, 뉴욕
Salon de Dekalb, 브루클린, 뉴욕
2013 Generations IX: The Red/Pink Show, A.I.R. Gallery, 브루클린, 뉴욕
서광회 50주년, 팔레 드 서울, 서울
2012 프랫 인스티튜트 오픈 스튜디오 전, 스투번 갤러리, 브루클린, 뉴욕
Sognando, 33 Officina Creativa, 토피아, 이탈리아
2011 Sparkling Silence, 프라하, 체코
Sparkling Silence, Kunsthalle Erfurt, 에어푸르트, 독일
2010 대구 사진 비엔날레 Hidden Sense, 봉산아트센터, 대구
호텔아트페어 (AHAF), 호텔신라, 서울
Korean Wave, Tampere Art Factory, 탐페레, 핀란드
서울 포토 페어 2010, 코엑스, 서울
Korean Wave, Gallery Lamping Strasse, 빌레펠트, 독일
2009 Korean Wave, Gallery PF01, 브라티슬라바, 슬로바키아
서울 국제 판화사진 페어, 예술의 전당, 서울
트레블 그랜트 전, 일현미술관, 양양
서울포토 2009, 코엑스, 서울
2008 중앙 아트 페스티벌, 갤러리 가이아, 서울
수상
2010 포토벨트, 한국 판화사진진흥협회 (KPPPA), 서울
2003 여행사진 대상, 한국 유스호스텔연맹
출판
2012 나도 아이슬란드에 가고싶다, 북이십일
2011 Sparkling Silence, 쿤스트할레 에어푸르트, 독일
2010 Hidden Sense -대구 사진 비엔날레, 봉산아트센터, 대구
레지던시
2014 리스투스 아트스페이스, 올라푸스피요르드, 아이슬란드
2012 리스투스 아트스페이스, 올라푸스피요르드, 아이슬란드
33 Officina Creativa, 토피아, 이탈리아
홈페이지 (serry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