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In Circulation
2026.05.26 ~ 2026.06.06
최순옥

생성과 소멸의 틈새, 틀을 깨고 뻗어나가는 생명의 숨결

국제사진공모전 ‘K-PHOTO WAVE 7 AWARDS’ 선정 작가 최순옥, 연작 〈Becoming: In Circulation〉  

 

한국갤러리연합회가 주최하는 국제사진공모전 ‘K-PHOTO WAVE 7 AWARDS’에 작가 최순옥이 선정되었다

사진과 조각, 설치와 드로잉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해 온 최순옥 작가는

 이번 선정작을 통해 인간과 자연, 인공과 유기체, 그리고 생성과 소멸이 교차하는 순환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냈다.

최순옥 작가는 오랜 시간 물질과 생명, 그리고 인간이 자연과 서로를 통과하며 남기는 흔적들에 주목해 왔다

526~66일 스페이스22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연작 〈Becoming: In Circulation〉은 단순한 생태적 메시지나 환경에 대한 경고를 넘어

존재자체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움직임 그 자체라는 본질적인 탐구에서 출발한다

콘크리트,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 인류세(Anthropocene)의 차갑고 단단한 물질을 다뤄온 이전 작업의 궤적 위에서

작가는 이제 그 인공의 표면을 뚫고 다시 움트는 생명의 경이로운 힘과 순환의 가능성을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응시한다.

작업의 중심부에는 작가 자신의 얼굴을 본뜬 몰드(Mold)와 알파벳, 숫자 등의 구조물 위에 보리 씨앗을 안치하고 발아시키는 행위가 자리한다

여기서 몰드는 인간 사회가 촘촘하게 짜놓은 규범과 통제의 구조를 상징하며, 문자와 숫자는 세계를 효율적으로 질서화하고 관리하기 위해 인류 문명이 발명해 낸 기호들이다.

그러나 그 견고하고 완강한 틀 안에서도 보리는 기어이 싹을 틔운다. 보리의 뿌리는 인간이 정해놓은 경계를 비웃듯 허물며 흐르고, 스스로 길을 내어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이는 고정된 의미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끊임없이 의미의 이탈과 확장을 거듭하는 생명 본연의 몸짓에 대한 은유다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치열한 예술적 성취 뒤에 숨은 작가의 윤리적인 고뇌다. 최순옥 작가는 내 작업이 세상에 또 하나의 비싼 쓰레기를 남기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창작자로서 던진 이 무거운 자책은 도리어 무엇을 만들어야 하며, 예술은 세상에 어떤 흔적을 책임 있게 남겨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로 이어졌다

작가에게 이번 작업은 단순히 소비되기 위한 미학적 결과물이 아니라, 존재와 시간이 새겨놓은 정성스러운 흔적을 기록하는 실천인 셈이다.

시각적으로 확장된 사진 속 뿌리의 형상은 묘하게도 인간의 혈관과 신경계를 닮아 있다

작가는 대지와 호흡하는 식물의 뿌리에서 인간의 신체를 읽어내며, 자연과 인공이 결코 분리된 타자가 아님을 넌지시 일깨운다

물과 공기, 심지어 인간이 배출한 미세한 인공의 입자까지도 묵묵히 품어내는 자연의 거대한 순환 체계 속에서, 인간 역시 그 순환을 이루는 하나의 작은 일부일 뿐이라는 시선이다.

최순옥 작가는 존재는 머물러 있는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고 얽히며 변화하는 과정 그 자체라며, “이번 작업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안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비로소 무언가가 되어가는(Becoming) 그 경이로운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최순옥 작가는 양평군립미술관,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네팔 아트 카운슬 등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 및 갤러리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개최했다

물질과 생명을 향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창작의 무게를 매 순간 진지하게 성찰해 온 그의 이번 연작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존재의 연결고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진솔한 사유와 정성스러운 기록이 담긴 〈Becoming: In Circulation〉은 보는 이의 마음에 깊은 울림과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