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ve on wave
2025.12.17 ~ 2026.01.06
한경호

<작가노트>


‘Wave on wave’는 파도를 다룬 사진 연작이다. 그러나 나는 파도의 드라마틱함을 사로잡거나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추적 하려는 것이 아니다.

바닷물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이것이 바위에 부딪혀 부서진다. 부서진 물보라가 공중으로 흩어지고, 다시 바위로 쏟아져 내린다. 그렇게 파도의 사이클이 한번 끝난다.

파도가 부서지는 순간은 형상이 생기는 순간이다. 부서지지 않으면 형상이 생기지 않는다. 형태적인 측면에서 거대한 면을 이루었던 바다가 무수한 점으로 바뀌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검푸른 색이 하얀색으로 변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공중으로 퍼진 물보라는 다시 바위로 쏟아진다. 그러면서 바위의 골로 바닷물이 흘러들어 비로소 형태가 드러난다. 파도가 치지않으면 바위도 잘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파도가 밀려온다는 것이다. 파도를 마주보면 한 평면에서 일어나는 일 같지만 옆에서 보면 나와 점점 거리를 좁혀오면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공간을 이동한다는 것은 시간차를 두고 일어난다는 뜻이다. 레이어들이 있는 것이다, 파도에는.

일련의 과정들이 짧은 시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파도를 순간으로 기억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시간의 흐름으로 기억한다. 순간인 동시에 늘어진 시간이기도 하다.

단일한 한 장의 사진으로는 이런 것들을 표현할 수 없었다. 카메라의 렌즈는 공간을 평평하게 보이게 하고, 셔터는 시간을 측정하여 기록하기 때문이다. 한 장의 사진은 우리의 눈보다 아주 짧은 순간 이거나, 아니면 아주 긴 시간이다. 어느 한 순간만 남거나, 아니면 모든 형상을 잃어버린 장면이 남는다.

그래서 나는 연속하여 찍은 사진들을 중첩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이렇게 했더니 파도의 형상과 바위의 형상이 함께 보이고, 흩어진 점들과 쏟아진 물줄기가 동시에 드러났다. 바다의 표면도 겹쳐진 효과로 인해 어떤 질감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이것은 조금 먼 곳과 조금 가까운 곳, 조금 전의 것과 조금 나중의 것을 한 화면에 올리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이 방식은 각기 다른 공간과 시간을 동일한 시공간에 올려놓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작의 제목 ‘Wave on wave’는 한국의 한 섬의 이름을 은유적으로 풀어쓴 말이다. 파도 그 자체를 표현하는 말이면서 내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기도 하며, 또한 작업의 방식을 드러내는 단어이다.






 

-한경호

작가 약력

 

사진가. 공학박사. 대한민국 서울출생.

한국에서 건축을 공부하였다. 박사학위 취득 후 러시아의 국립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현재 일본 홋카이도를 거점으로 활동 중.

한경호는 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으로 기록되는 것 사이의 간극에 주목한다. 어떤 대상이나 장면에는, 그것들이 그렇게 보이는 방식이 있다는 관점으로 부터, 지각경험을 표현하기 위한 보는 법화면의 구성방식을 탐구한다.

 

개인전

2024 Wave on wave, project_W299, 서울, 한국

2023 North Context, Higashikawa Bunka Gallery (東川町文化ギャラリー), 홋카이도, 일본

2020 White for white, K’s Gallery, 홋카이도, 일본

 

그룹전

2024 바람이 시작되는 섬, 가파도, 금호미술관, 서울, 한국

2023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오픈스튜디오,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갤러리, 서귀포, 한국

2023 To North, Decameron Gallery, 도쿄, 일본

 

수상

2023 2nd Place in Fine art: Abstract, ND Photo Award

2021 Takashi Hommma Prize, Tokyo Frontline Photo Award

 

기타

[레지던시] 2023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제주문화예술재단, 서귀포, 한국

[출판] 2024 숲 이야기, 미술관 학교: 현대미술관 별별 교과서, 성북구립미술관, 서울, 한국 (이소요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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