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발견 -충청도편
2024.11.02 ~ 2024.11.15
임재천

작가의 말 - 임재천

20239월부터 20248월까지, 지난 1년 사계절에 걸쳐 충북 단양에서 충남 태안에 이르기까지 

가급적 모든 면소재지와 오래된 사찰, 성당, 유적지, 자연 유산 등을 찾기 위해 애썼다. 그런 와중에 시간이 거듭될수록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숱한 노거수[老巨樹]와 함께 독립유공자들과 3.1만세운동을 기리는 비석들이다.

 

산림청 보호수 전국 지정 현황(202212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전라도가 4,789그루로 가장 많으며, 충청도가 두 번째로 많은 3,039그루였다

그런데도 전라도보다 충청도에서 더 많은 노거수가 눈에 들어온 까닭은 분포도 때문이라 여겨진다

즉 전라도는 특정 지역에 치우쳐 노거수가 자라고 있다면 충청도는 거의 모든 마을마다 몇 그루씩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골고루 자리하고 있던 것이다.

 

또한 임진왜란 때 충청도 지역의 의병 활동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금산군 금성면 의총리에 있는 칠백의총을 비롯해

우리가 분명히 알고 있는 김좌진 장군, 윤봉길 의사, 유관순 열사의 고향이 모두 충청도일 정도로 수많은 충청인들이 이 나라

이 땅을 위해 몸을 바쳤음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기념비와 유적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나는 이 두 가지를 근거로 냅둬유괜찮아유란 말에 충청도의 정신과 본질이 녹아있다고 믿는다

대대로 살고 있는 삶의 터전과 자연환경을 어떤 세력이 짓밟거나 빼앗으려 한다면 이를 결단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저항의 정신을 완곡하게 담아낸 것이 냅둬유란 말이라 생각한다.

또 지금 당장엔 곤란하고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분명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과 희망의 뜻이 괜찮아유란 말에 깃들어 있음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 것이 충청도 촬영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물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적을 수는 없지만, 충남과 충북을 실핏줄처럼 잇는 국도변에서 만났던 어질고 정겹던 사람들과 오래되어 낡고 소박하지만 품위가 느껴지는 삶의 공간들,

아직 때 묻지 않은 산천 그 모든 따스한 것들이 한데 모여 눈이 시리도록 푸른 9월 하늘을 수놓던 흰구름처럼 풍성하고 아름다운 삶의 풍경이 

모락모락 피어나던 충청도의 1년을 어쩌면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