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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과 태도 Subject and Attitude
2019-06-05-2019-06-26
강재구, 고정남, 신혜선, 이주형
 
고정남_바람의 봄#01_Archival pigment print_57.5×77.5cm_2011
 

■ 전시 개요

디지털의 진보로 사진작가들에게 많은 환경을 바꾸게 하였고, 사진의 내용과 형식, 트렌드를 바꿔 이끌게 종용한다. 여기 네 명의 작가들은 아날로그 필름세대에서 디지털프로세스까지 변화를 겪어 각자의 개성으로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며 사진세계를 표현하는 작가들이다. <풍경+인물>을 교묘하게 차용하기도 하며 연출하는 방식은 동시대 사진가 모두의 고민이 담겨진 전시로 비춰질 수 있을 것이다.

                                                                  

                                                                                  <대상과 태도>  
                                                                                                                               김소희 | 독립큐레이터


작가의 태도가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구성한다는 말은 평범한 표현이 될 것이다.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거나 익숙한 대상으로부터 색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이미 작가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상과 태도>전시는 각기 다른 대상에 관심을 가지고 자기만의 작업 색깔을 구축하고 있는 4명의 사진가-강재구, 고정남, 신혜선, 이주형-의 최근작들로 구성되었다. 그들에게 작업의 영감을 제공하는 소재가 다양한 만큼 그들 모두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근본적인 속성을 활용하여 다채로운 내러티브를 전개하고 있다. 어떤 오브제는 문득 유년의 기억을 환기시켜 지난 시간의 어느 공간 속으로 여행하게 한다. 이것은 과거의 어느 한때를 영원한 현재성으로 박제시키는 사진의 기본적인 속성과 닮았다. 누군가의 신분을 보증하거나 피사체의 현재 상태와 상황을 정확히 보여주기 위해 초상화 대신 초상 사진을 선택하는 것 역시 명징한 기록성을 가진 사진의 특징 때문이다. 반면 특정 순간이 지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장소의 분위기,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각적 상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자 할 때 역시 사진은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강재구와 신혜선이 시대를 표상하는 특정 신분이나 특정 나이대의 인물을 주목하거나 고정남이 유년의 기억을 소환시키는 오브제를 재배치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 그리고 이주형이 추상적 풍경으로 시각화한 오묘한 빛의 질감과 색감의 재현은 각자의 주제에 걸맞는 형식과 접근 태도를 통해 시각화되었다. 

강재구의 <이등병>(2002), <예비역>(2004), <사병증명>(2009), <12mm>(2011)연작들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은 한국의 20대 남성들을 촬영한 작업이다. 작가는 입대 전과 군대 복역 기간 그리고 제대 이후의 시기까지 겪게 되는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주목해왔다. 그 다섯 번째 프로젝트인 <입영전야 ‘Soldier’>(2015-2017)는 입영 전날 12mm 길이로 머리를 짧게 깍은 청년들의 몸을 특별히 주시한다. 벌거벗은 채 좌대 위에서 어색한 포즈를 취한 그들의 몸은 군대라는 제도와 군복이라는 제도적 장치 속으로 편입되기 직전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드러내는 신체 언어로 기능한다. 

 

고정남은 초기 작업인 <집. 동경 이야기>(2002)와 같이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본격 심취하게 된 ‘장소와 심리적 관계성’에 관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떠나 있을 때야 비로소 눈에 들어온 풍경들. 고향 땅 장흥에 많이 남아 있던 적산가옥은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적의 나라에서 집을 환기시키는 대상이었다. 고향 산천에 지천으로 피었던 그 흔한 진달래도 그에게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홍차를 적신 마들렌처럼 유년의 시·공간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오브제였다. 그에게 무의지적 기억을 상기시키는 일상의 소소한 오브제들은 회귀와 근원이라는 이름으로 호출된다. 이번 <바람의 봄> 연작 또한 낡은 책 표지에 새겨진 반 고흐, 오귀스트 르느와르,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그림 위로 미술학도였던 그의 감수성과 정취를 오버랩시킨 작업이다.


신혜선은 오랫동안 <my models, my landscape>(2005), <family photo>(2009), <plastic tears>(2016) 등의 연작을 통하여 한국 현대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주목해왔다. 그들은 자연을 배경으로 서서 무표정하게 카메라를 응시하거나 한국 남자와 결혼한 동남아시아 여성들, 꽃(때로는 조화)을 들고 있는 젊은 사람들과 노인들이다. 삶의 ‘전성기’를 뜻하는 이번 <heyday> 연작은 인생의 꽃 같았던 어느 한때를 영원히 고정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조화(造花)를 들고 있는 노인들의 초상으로 표현했다. 시들어가는 것이 안타까워 조화를 만드는 것과 인간의 유한한 삶을 박제시키려는 사진의 욕망은 이렇게 조우한다.

이주형은 <Silent Passage>(1994), <Landscape of Memory>(1999), <The end of the Time>(2003) 등의 풍경 시리즈를 통하여 사라져 가는 공간에 서린 시간성을 시각화하고자 했다. 시간과 기억이라는 비가시적인 영역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도록 공감각적으로 재현하는 그의 작업에서 빛은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요소가 된다. 2013년부터 시작된 <Grid Landscape> 연작들 역시 빛으로 빚어지는 형상의 자국과 오묘한 색감을 통하여 그가 온 몸으로 체험한 빛의 질감, 현존의 감각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번 <Light Flow> 연작은 이러한 심리적이고 초월적의 빛을 매개로 창틀 내부와 외부의 풍경을 교차시키면서 현실과 가상의 공간을 추상화시킨 작업이다.


■ 작가 약력


강재구
1977년 서울 출생으로, 계원조형예술대학 사진예술과를 졸업했으며,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과 디지털사진 전공. 개인전으로는 <사병증명>(갤러리 이룸, 2010), <민주의 초상>(갤러리 누다, 2010), <12mm>(KT&G상상마당, 2012), <Soldier>,(Totem Pole Photo gallery, 2018)에 도쿄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그룹전은 <20대 작가의 도전·IN&OUT>(코니카갤러리, 토쿄, 일본, 203),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갤러리 룩스, 2006), <일민시각문화4-靑ㆍ小ㆍ年>(일민미술관,2009), 사진비평상10년의 궤적-시간을 읽다>(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2009), <Contemporary Korea Photo Exhibition of Four Young Photographers>(가디언 가든, 토쿄, 일본, 2013), <2013서울사진축제-시대의초상·초상의시대전>(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서울, 한국, 2013), <Five Views from Korea>( noorderlicht gallery, 그로닝겐, 네덜란드, 2014)에 참여했다.
작품집으로『12mm』(KT&G상상마당, 2012)가 있으며, 제6회 사진비평상을 수상하고, 제4회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프로그램(SKOPF) 최종 작가(2011)에 선정되었다. KT&G 상상마당, 일민미술관, 동강사진미술관, 일본M2갤러리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고정남
고정남(高正男)은 1964년 전남 장흥 출생으로 전남대학교 디자인전공, 도쿄종합사진전문학교와 도쿄공예대학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였다. 건축과 인쇄매체, 한국적인 현상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2002년 첫 개인전 <집. 동경이야기>를 시작으로 10여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여러 대학의 강사를 거쳐 안산대학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사진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민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사진집으로는<하이쿠:인천사이다치바>2018, <호남선>2017, <Super Normal>2012, <고정남 4> 2007이 있다.


신혜선
신혜선(1975)은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한림대학교에서는 철학을 전공했다. 2009년에는 홍익대 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 토포하우스에서 <my models, my landscape> 그리고 서울 갤러리온에서는 2009년 <family photo>, 2016년 <plastic tears>로 세 번의 개인전을 했다. 2018년에는 중국 베이징포토에 참여했고 동강국제사진전 ‘사랑의 시대’에 참여하였다. 2016년에는 중국 <Xishuangbanna photo festival> 2013년 서울시립미술관 <시대의 초상, 초상의 시대>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으며 2003년에는 작품이 동강사진박물관에 소장되었다.


이주형
이주형(b.1967)은 서울 출생으로 한양대학교 인문대학 졸업 후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예술사진을 전공했다. 2003년부터 계명대학교 사진미디어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사진작업과 글쓰기를 병행해왔으며 2011년 숭실대학교에서 포스트-포토그래피 연구로 미디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ight Flow>(갤러리분도, 2016) 외 8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포토, 미니멀>(갤러리룩스, 2018) 외 다수의 기획전에 참가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동강사진박물관, 선재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